태국, '레드불 손자' 불기소···반정부 대규모 시위
태국, '레드불 손자' 불기소···반정부 대규모 시위
  • 김혜리 기자
  • 승인 2020.08.17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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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페라리 뺑소니' 사건, 당국 부실수사 의혹 등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져
지난 16일 오후 태국 수도 방콕 민주주의 기념비 인근에서 약 1만여명이 모인 올해 최대 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사진=Global News 방송 캡쳐)

지난 2012년 글로벌 기업 '레드불(Red Bull)' 손자의 페라리 뺑소니 사건이 결국 검찰의 불기소로 끝나자 뿔난 민심이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방콕포스트는 지난 16일 방콕 시내 민주주의 기념비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2000명, 집회 측 추산 2만~3만명이 참여해 정부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제 침묵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부패 권력을 비판했다. 태국에서 금기시되는 국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상사태 이후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방콕에서 반정부 집회가 재개된 이후 약 한 달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캠퍼스 내에서 외치던 목소리는 나이 든 세대와 거리로까지 조금씩 번지는 듯한 양상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음료 브랜드 '레드불(Red Bull)'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 (사진=글로벌금융신문)

이후 태국 전역에서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반정부 집회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의 요구는 ▲의회 해산 및 새로운 총선 실시 ▲군부 제정 헌법 개정 ▲ 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라는 3가지 요구 조건이다.

태국에선 지난 2014년 군사 쿠데타 이후 반정부 시위는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정치적 지지 세력이 주축이었다. 고등학생·대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은 야당에 패한 총리가 군부가 통제하는 국회를 조종해 총리직을 연임하고, 급기야 올해 2월 야당을 해산하자 대학가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학교에서 두발 제한 등 강도 높은 통제를 받는 중·고등학생들도 시위에 가세하고 있다.

이날 시위의 기폭제가 된 것은 세계적인 스포츠음료 브랜드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8년 전 뺑소니 사고였다. 당시 27세였던 오라윳은 페라리 자동차로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경찰관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경찰관이 차에 매달려 있었지만 오라윳은 200m쯤 끌고 갔으며, 이를 인지한 후엔 경찰관을 버려두고 도주했다. 사고 직후 체포됐을 때 과속(시속 177㎞), 음주 운전, 코카인 복용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보석금 50만밧(약 19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이후 오라윳은 8년 동안 검찰 소환에 8차례 불응하며 호화 도피 생활을 했다. 전용기를 타고 영국·일본 등 최소 9국을 방문했고, 포뮬러원(F1) 대회를 보러 가거나 유람선 여행도 했다. 태국 수사기관은 이를 방치했다.

유위티야 가문은 202억달러(약 24조원) 재산을 보유한 태국 2위 부호로, 정권 비호를 받고 있다는 추측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잊혀 가던 레드불 스캔들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지난달 24일 오라윳이 완전히 면죄부를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태국 검찰이 지난달 12일 오라윳 혐의 중 마지막으로 공소시효가 남아있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스캔들에 가장 분노한 것은 지난달 18일부터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1020 세대다. 이들에게 레드불 스캔들은 권력 부패의 극명한 상징이 됐다.

지난 16일 집회 주최 측은 9월까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조처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레드불 스캔들로 시위가 격화하자 태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검찰 특별조사위원회가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쁘라윳 총리 측은 반정부 집회 주최 측 인사들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군부 정권 당시 통과된 헌법이나 이 헌법에 따라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 250명은 모두 현 정부의 핵심 권력 기반인 만큼, 이를 개정하거나 없애라는 반정부파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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