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라임 사태 관련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10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제재심을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두 차례 제재심에서 나온 증권사들의 소명과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의 의견 진술을 바탕으로 대심 절차를 통해 양쪽 의견을 들었다.
제재심에서는 내부통제 미흡을 근거로 CEO를 제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공방이 벌어졌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증권사 임직원이 라임 사태에 연루된 사실이 다수로 확인돼 행위자인 CEO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폈다. 반면 증권사 측은 내부통제 미흡만으로 CEO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맞섰다.
박정림 KB증권 사장(각자대표)은 문책경고를 받아 현직 금융사 CEO 중 라임사태로 처음 중징계를 받게 됐다. 다만 금감원 제재심은 당초 직무정지가 통보된 박 사장에 대한 제재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문책경고가 금융위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사장직 연임은 물론 앞으로 3년간 금융사 재취업도 하지 못하게 된다. 박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호주 부동산펀드 관련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던 김성현 KB증권 사장(각자대표)과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한 단계 경감된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받았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으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금융회사의 취업이 3년~5년간 제한된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전 대신증권 사장)과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은 검사국 원안 그대로 직무정지 처분이 의결됐다. 직무정지를 받으면 최소 3개월 이상 직무수행이 불가능하고 금융사 재취업도 4년간 제한된다.
중징계가 통보돼 효력이 발생하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과 CEO 간 소송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들은 금감원의 결정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DLF 사태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중징계(문책경고)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또 증권사 CEO 30여명은 지난 1차 제재심에 앞서 징계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내부통제 미비를 사유로 CEO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한 징계'라는 내용이 담겼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제재심 결과는 금융위에 제출하는 일종의 건의안의 성격을 지닌다. 제재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이르면 연말께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기관제재의 경우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서는 위법한 거래를 은폐할 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 금지 위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을 적용해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KB증권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처분이 의결됐다. 대신증권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는 물론 라임펀드를 주로 판매한 반포WM센터에 대한 폐쇄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증권사 CEO 30여명은 지난 1차 제재심에 앞서 징계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내부통제 미비를 사유로 CEO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한 징계'라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