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상 가능성 부분...128개 도시 중 1위
"글로벌 스탠다드 부합 금융규제 혁신 뒷받침돼야"
싱가포르가 전세계 금융도시 순위에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금융도시에 등극했다. 서울은 지난해 보다 한단계에 오른 11위에 머물며 10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서울이 전통적인 금융중심지 정책에서 벗어나 디지털금융 변화에 대응하면서 디지털 중심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표된 ‘글로벌금융센터지수(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순위에서 싱가포르가 뉴욕, 런던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4위인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에 등극했다.
영국계 컨설팅 그룹 지옌(Z/Yen)과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공동 주관하는 GFCI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평가하는 지수다.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되며,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세계경제포럼(WEF) 등 외부기관의 평가와 전 세계 금융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산출된다. 시장의 접근성, 자본시장 규모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그동안 홍콩은 글로벌금융센터지수에서 만년 3위를 기록,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로서 지위를 놓치지 않았었다. 그러나 중국이 일국양제를 무시하고 홍콩에 보안법을 실시하자 자유로운 기업 환경이 크게 훼손돼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뿐 아니라 홍콩은 중국 정부의 강요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입출국이 매우 어려워지는 등 날로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홍콩의 환경에 염증을 느낀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홍콩을 제치고 상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가 됐다.
서울은 전 세계 128개 도시 중 직전보다 한단계 오른 11위에 랭크돼 있다. 현재 순위는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LA, 베이징, 선전, 파리, 서울 순이다.
서울은 ▲ 인적자원(5위) ▲ 기업환경(9위) ▲ 금융산업 발전(4위) ▲ 인프라(5위) ▲ 도시평판(12위) 등 5개 평가 항목 모두 순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인적자원과 기업환경 항목은 지난 발표에서 15위권 밖이었으나 이번에는 10위권으로 상승했다. 금융산업 발전 항목도 9위에서 4위로 5계단 뛰어올랐다. 그러나 인프라와 도시평판 항목은 지난 발표 때보다 각각 2계단, 5계단 하락했다.
서울시는 역대 글로벌금융센터지수에서 2012년 9월과 2015년 9월 각각 6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9년 3월과 9월 모두 36위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취임 이후 금융경쟁력을 강조해 온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여의도 금융중심지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안에 글로벌금융센터지수를 10위권 안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금융산업 육성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국제금융허브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출범한 서울투자청의 글로벌 투자유치단 위촉 및 FDI 올인원 패키지 서비스 지원 등 금융 허브로의 도약을 위한 전방위적 마케팅 활동의 성과가 가시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경쟁력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미래부상 가능성 부분에서는 128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하며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금융산업 육성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추진하면서 국제금융허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다만 시에서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산업을 집중 육성해왔음에도 핀테크 순위는 지난 발표와 동일한 14위로 평가됐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서울이 충분히 매력적인 금융도시임이 확인된 것은 고무적이다"며 "다만 강력한 디지털 금융 정책을 추진하는 해외 주요 금융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여의도가 디지털 금융특구로 육성돼야 하며, 여기에는 정부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금융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글로벌 금융중심지(금융허브) 육성 전략을 재정립한다. 2023년~2025년 제6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선행연구를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다.
금융위원회는 한국 금융시장 선진화를 주도할 유망 분야를 선정하고 유망 분야 육성을 위한 세부과제도 마련할 방침인데, 유망 분야는 핀테크·디지털 금융 산업 육성과 글로벌화, 자본시장국제화, 국내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핀테크, 블록체인 등 혁신금융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선행연구 제안요청서에서 “4차 산업혁명·코로나 19 등으로 대내외 금융 산업 환경변화가 가속화되고 글로벌 금융도시들의 경쟁 구도도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중심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디지털화, 핀테크 산업 발전, ESG 등 금융환경 변화요인을 분석하고 주요국의 금융 산업 정책 변화를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핀테크 등장에 따라 지리적, 전통적 금융허브 개념이 약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금융허브로 도약은 고사하고 신흥 금융허브에 따라잡힐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2003년부터 추진해 온 금융중심지 정책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재점검, 재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금융중심지 육성의 핵심은 전통적인 금융중심지 정책으로 갈 것이 아니라 디지털금융 변화에 대응하면서 디지털 중심의 금융허브 육성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또한 디지털금융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