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38개월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피봇)을 전환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가계대출도 둔화된 가운데 경기부양에 힘을 실은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3.5%의 기준금리를 3.25%로 낮췄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으로 진단하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8월에 비해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코로나19가 확산 되자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춘 이후 지난 2021년 8월 금리 인상에 돌입해 1년 반 동안 12차례에 걸쳐 총합 3%p(포인트)에 달하는 금리를 올렸고 지난해초부터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각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에서 한은이 이런 결정을 한 주된 이유로 뛰는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꼽힌다.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 수요를 자극해 자칫 가계부채 증가세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같은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보다 5조6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반면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 우려는 커졌다. 올 1분기(1~3월)에는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왔으나 2분기(4~6월)엔 역성장과 함께 내수 부진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향후 중동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으로 물가도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 불안 요소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로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금통위의 인하 결정으로 한미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는 다시 1.75%p로 벌어졌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움직임을 강화한 것도 추후 한은의 금리 인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총 0.75%~1%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